주말근무하며 쓰는 오늘의 일기

by 사무국장 posted Sep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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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주말 근무에 나와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말에 기관을 찾는 가족분들과도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부모님을 모실 시설을 찾으려 방문한 낯선 가족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늘 강건하리라 믿었던, 그만큼 큰 존재였던 어머니, 아버지가 기억의 끊을 놓으시고 날로 쇠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자녀들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깝고 죄스러울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시설이 그리 많은데도 내 부모님을 마음 놓고 모실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사실에 눈물흘리며 돌아서는 모습에

저역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최근 입소한 어르신의 따님과 손녀따님, 그리고 증손녀의 방문.

어르신이 잘 적응하고 계시다는 이야기에 감사함의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이 눈물은 감사와 안도의 눈물이니 함께 눈시울이 젖어들어도 마음은 참 따뜻했습니다.

 

오후에는 생활실의 어르신께서 상담하러 사무실을 찾으셨습니다.

옆의 어르신의 뒤척거림에 잠을 한숨도 못이루고 계시다는 하소연...

몹시 화가나 그 할머니에 대해 듣기 힘든 표현도 서슴없이 하십니다.

야간 근무자는 잘 주무셨다하고 어르신 스스로는 한숨도 못주무셨다고 하니 이 또한 난감합니다.

한참을 들어드리다보니 울컥해 진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할머니~ 그 할머니가 많이 아파요.

나만 아프고 힘든게 아니라고 서로 불쌍하게 생각해 주세요.

얼마나 아프면 그럴까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나 마음의 상태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할머니를 위해서 함께 기도해달라고.

하나님나라 가실 때까지 더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그걸로 인해서 그 할머니를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하면 어르신 마음에도 평화가 올거라 말씀드리니 한참을 고개숙여 생각에 잠기시더니

감사하게도 알았다고 하십니다.

 

요양원에는 몸과 마음이 아픈 불편함을 가지고 오시는 곳이니 크고작은 불편함은 어느 곳에가도 조금씩은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르신의 막연한 희생을 요구할 수도 없으니 방은 변경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만, 이곳에서의 시간을 서로에 대한 미움을 가지고 살아가실까 제일 염려스러웠습니다.

 

오늘은 두 어르신 모두 편안히 주무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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