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바보 엄마께 드리는 편지

by 영락노인전문요양원 posted May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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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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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랄 것 없이 엄마, 하면 한 없이 마음이 푸근하고 따뜻해지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마음이 고향에 온 듯 편안해지듯이 바로 엄마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이십니다.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은 늘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었어요. 30 년간 교직생활을 하신 엄마는 늘 저녁이 되어 퇴근을 하셨고 종종 양 손에 먹거리를 잔뜩 들고 오셨습니다. 추운 겨울 막 돌아오신 엄마의 차가운 볼이 내 뺨에 닿을 때의 그 상쾌한 감촉은 아직도 남아있어요. 밖에서 놀다 집에 오시는 엄마를 보고 달려가면 양팔을 벌리시고 키를 낮추시며 함박웃음으로 반가이 안아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우리가 아파 누워있을 때면 들어오시자 마자 이마에 차가운 손을 대시며 어이구, 몸이 불덩이네.” 하시며 온갖 정성으로 간호를 해 주셔서 훗날 오빠와 함께 엄마 앞에선 아플 만 했지ㅎㅎ라며 말하곤 했어요. 우리가 엄마~ 하고 부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 하시며 언제든 기꺼이 달려 오셨고 우리의 요청에 엄마는 언제든 예스로 답하시며 말씀하셨어요. “이제껏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안 지켜주시겠니?” 라고.

 

엄마는 셋째 며느리로서 시부모를 모시면서 할머니로부터 효부상을 받으셨고, 자녀 교육을 위해선 삼남매를 데리고 직장 전근을 요청하며 이촌향도의 결단을 내리시고, 만학으로 목사가 되신 아버지의 목회를 위해 조기 은퇴를 하시어 내조하시며, 저의 사회활동을 위해 제 아이들까지 돌봐 주시며 아낌 없이 에너지를 쏟아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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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온 몸과 마음으로 우리를 위해 헌신하셨는데 내리사랑이라고 우리는 엄마 사랑의 발끝도 쫓아가지 못 함을 고백합니다. 아버지 살아 생전 오랜 외국 생활 끝에 돌아온 막내딸이 방문했을 때 딸을 향한 엄마의 맘을 헤아리신 아버지는 엄마의 옆 자리를 내어주시며 엄마 옆에서 하룻밤을 자게 하셨어요. 그 때 안아 본 엄마의 몸은 모든 살과 뼈와 골수를 다 내어주고 바싹 마른 장작개비 같아 으스러질 듯 했어요. 하나 밖에 없는 딸인데 엄마의 마음을 전혀 보듬어드리지 못 했고 바른 소리만 해대서 미안해요. 엄마도 외로울 수 있는 거고, 엄마도 그리워할 줄 알고, 엄마도 섭섭함을 느끼시는 한 여인인 것을요.

돌아와 엄마와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 이것저것 하려고 했는데 엄만 이미 기억의 줄을 놓으시고 저만치 혼자 만의 세계로 들어가고 계셨어요. 평생 활기차게 웃으며 늘 그래, 해 보자~” 하시던 씩씩한 엄마와 오버랩 되며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쏟아지는 빗 속의 차 안에서 저는 참았던 울음을 짐승처럼 소리 내어 울었어요. 늘 한 발 늦는 게 자녀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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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래도 엄마는 남편의 사랑 듬뿍 받으신 거 아세요? 3 년 전 돌아가시기 직전 병 중에 계신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드릴게요. 마침 수술 후 입원 중이시던 엄마를 마지막으로 모셔올까요 라는 물음에 아버지는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시더니,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어서 엄마를 딱 한번 밖에 더 보지 못 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시며 잔잔히 고개를 저으셨어요. 엄마 말씀을 하실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당시는 아버지 맘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시간을 두고 생각할수록 아버지의 엄마에 대한 깊고도 애잔한 사랑은 이 시대 마지막 순애보였어요. 엄마, 물질적으로는 그렇지 못 했다 해도 엄마는 아버지의 절대적 신앙관 속에서 우러난 인간으로서의 지고 지순한 사랑을 받으신 그 시대의 몇 안 되는 행복한 분이시란 거 알아요?

어쩌면 그래서, 아버지가 안 계신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을 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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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분명 아버지가 지금 여기서 잔잔한 미소로 엄마를 보고 계실 거예요. 바로 엄마 앞에서요.

엄마 늘 부족하지만 사랑해요.

2016 년 어버이 날에

막내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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