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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원에서 만난 나의 하나님(2)

-요양원 앞마당에는 오동잎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행복나누기’에 들어가 두 어르신 소천 얘기를 읽다가 문득 작년 이맘때 제가 일했던 어느 요양원에서 아침배식 도중에 목격한 한 할머니의 임종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어르신도 이 세상에서의 짧았던 소풍을 끝내고 이젠 하늘나라에서 우리 주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즐기고 계시겠지요.]

그러니까 작년 10월의 마지막 날, 내 마음은 온종일 울적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이지만, 그 요양원의 누렇게 빛바랜 잔디밭에 수북이 쌓인 오동잎들이 바람결에 어지러이 흩날려 내 가슴을 더욱 잿빛으로 물들게 했다. 이른 아침에 모닝케어를 끝내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던 중 담당하고 있던 할머니가 졸지에 숨졌다. 앞치마를 둘러드리고 식사 전에 물을 몇 모금 마시게 한 뒤, 할머니의 안색을 살펴보니 평소와는 달리 무척 숨이 가빠 보였다. 인공호흡을 하는 한편으로 동료들을 황급히 부르고 산소 호흡기를 들고 와서 마스크를 씌우고 작동했지만 멈춘 숨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나의 등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잠시 후 간호사가 달려온데 이어서 사무장과 사회복지사의 얼굴도 보였다. 얼굴에서 완전히 핏기가 사라지고 몸이 뻣뻣해진 할머니에게 하얀 시트커버가 씌워졌다. 어느 새 정문 쪽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앰뷸런스 소리를 들으며 나는 동료가 건네주는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슬그머니 현관문을 나와 흡연 장소로 걸어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주위에서 위로의 말을 해주기는 했지만 하루 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요양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평 중심가로 나와서 혼자 소주를 마셨지만 좀처럼 취기는 오르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지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요양원 생활 3년. 그간 별의별 질병을 앓고 고통에 시달리는 어르신들과 함께 지내왔지만 바로 내 눈앞에서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동공이 풀리고 혈색이 파랗게 변하며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지켜보며 한세상을 살다가 저렇게 떠나는구나, 참으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시기 하루 이틀 전의 어르신은 몇 차례 보았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어느 요양원에서 경험한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날 낮 근무를 오후 7시쯤 끝내고 요양원을 나왔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 보니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침상이며 서랍장이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고인의 소지품도 어딘가로 치워져 있었다. 내가 퇴근하고 서너 시간 뒤에 내가 담당하던 할아버지가 운명하셨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 밤 당직을 했던 여성 동료는 정말 침착하고 담대했던 것 같다. 그 요양원은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입원한 어르신이 네 댓 분뿐이어서 한명씩 돌아가며 야근을 했는데, 한밤중에 인공호흡기를 갖다 대며 가족들에게 연락하랴 구급차를 부르랴 혼자서 힘든 일을 거뜬히 해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를 그토록 사랑하시던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현역 사회부 사건기자 시절에 그렇게 수없이 병원 영안실과 살인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니곤 했지만, 막상 나의 아버님이 임종하는 순간엔 무섭고 두렵기만 했었다. 어쩌면 요양보호사의 일을 하는 것도 내 마음 한 구석의 이런 원죄의식을 씻으려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 요양원엔 80대 중반인 나의 어머님 또래의 할머니들이 여럿 계신다. 이분들과 가급적 많은 얘기를 나누고 즐겁게 해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늘 나의 어머님을 머리에 떠올리기 때문이다. 시골의 한 아파트에 홀로 계신 어머님 임종 때엔 이젠 나의 무릎에 앉혀 편안히 눈을 감겨드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런데 요양원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담당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임종을 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대중가요 제목처럼 ‘인생의 종점’ 대합실에서 일을 할 경우 피할 수 없는 운명인데 말이다. 갑작스레 생을 마감하는 그날 그 순간에 누군가가 담당하고 당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시한폭탄 돌리기라고나 할까, 러시안 룰렛 게임이라고 할까. 임종을 기다리는 그 시한부 폭탄은 요양원 각 방마다 널려 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나이트 근무를 하는 날이었는데 밤 11시쯤 여성 동료 한명과 6인실의 와상 할머니 방에서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그날 밤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있어서 어르신들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우리는 형광등을 켜지 않았다. 동료는 달빛이 잘 비치는 창가의 할머니 기저귀를 교체하고 있었고, 나는 대각선 방향으로 맨 구석에 계신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그런데 어둠속에서 약간 손을 더듬으며 기저귀를 갈고 있는 나를 향해 “죽었어요! 죽었어요! 윤 선생님, 어떻게 해요” 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질러댔다. 일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보니 달빛에 비친 할머니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고 덮고 있던 이부자리도 들썩이지 않아 정말 숨진 것 같았다. 평소에 그렇게 침착하고 일손이 민첩하던 그 여성동료는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나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마침 숙소에서 잠자던 간호사와 다른 동료들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내가 다가가서 할머니의 어깨를 흔들어보니 눈을 뜨고 빙그레 웃었다. 얼마나 고맙고 반갑던지……그런데 이번엔 그 동료가 “살았어요!, 살았어요!”라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여하튼 작년 10월의 마지막 날, 그토록 내 맘을 우울하고 무겁게 했던 그 80대 초반 할머니의 죽음도 점차 나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 동안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동료 서너 명이 바뀜에 따라 나의 일상도 더욱 바빠졌기 때문이다. 그 임종 날엔 요양원 앞뜰에 바싹 마른 오동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 가슴을 스산하게 했는데, 한 보름쯤 지나자 앞뜰엔 어느덧 오동잎 대신에 황갈색을 띤 무수한 낙엽송의 잔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기치 않은 아침 배식도중의 그 임종은 이제 나로 하여금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십자가만 바라보고 의지하라는 우리 주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평안해졌다. 항상 보혜사 성령님이 나와 함께 하시고, 강 같은 평안을 주시는 나의 하나님, 댕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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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네기 2011.11.23 19:56

    신문 사설도  아니고    글이 질 리네요    ---핵심이  무언지ㅡㅡㅡㅡ간단하고  재미있게 남기면  좋을건데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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